韓·中·日 60여곳 길에서 찾은 진리…'여행광' 스님의 인문학적 답사기

입력 2021-06-27 16:55   수정 2021-06-28 00:31

“절에 살면서도 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도심의 절에 살면서 그 증세가 심해졌다. 살고 있는 절은 근무지요, 남의 절에서 머무는 템플스테이는 휴가지인 까닭이다.”

불교계 대표적 문장가로 꼽히는 원철 스님(61·사진)이 산문집 《낡아가며 새로워지는-것들에 대하여》(불광출판사)를 출간했다. 서울 은평구 녹번동의 ‘산골고개’ 고갯길부터 중국 저장성 닝보까지 한국과 중국, 일본, 베트남 등 한자문화권에서 종교적·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60여 곳을 방문한 기록을 엮은 인문학적 답사기다.

책에선 선비와 임금, 승려, 예술가 등 옛사람의 숨은 이야기 같은 오래된 유물과 유적지에 얽힌 에피소드가 끝없이 펼쳐진다. 5년에 걸친 여정에서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을 갈무리하고, 역사적 고증을 위해 각종 문헌을 섭렵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스님이 걸어온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인생의 가르침도 절로 얻게 된다. 스님은 조선 시대 집현전 학사들이 머리를 식히기 위해 머물던 북한산 자락 진관사에서 템플스테이를 떠올리고, 추사 김정희의 발자취를 좇아 인왕산 수성동 계곡을 찾는다. 그 과정에서 ‘나’라는 존재가 지금, 이 시공간에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자연스럽게 되돌아보게 된다.

하지만 항상 진지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어쨌거나 모든 것은 타이밍이다”라거나 “점심 시간을 앞두고 ‘가정식 우동’이라는 간판을 보고 차를 세웠다” 같은 ‘현대적’인 문장에서는 엄숙한 종교인보다는 친근한 여행 가이드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스님은 “오래된 것들에는 시간만 쌓이는 게 아니라 수많은 이야기가 켜켜이 쌓이고, 새로운 만남으로 이어진다”며 책을 통해 코로나19로 지친 이들이 잠시나마 쉴 틈을 찾기 바란다고 밝혔다.

원철 스님은 1986년 해인사로 출가해 성철 스님의 법맥을 이어 해인사 방장과 조계종 종정을 지낸 법전 스님(1926~2014)의 제자가 됐다. 평생 산속에 은거하며 참선으로 일관한 스승과 달리 ‘수도승(首都僧·수도 서울에 사는 승려)’ ‘노마드 스님’으로 불리며 산사와 도시를 오갔다. 종교인으로는 이례적으로 여행광으로도 유명하다. 《집으로 가는 길은 어디서라도 멀지 않다》 《스스로를 달빛 삼다》 등 여러 책을 썼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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